이상기후로 인한 때이른 폭염과 가뭄으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올 3월 120년 만의 폭염이 닥친 인도를 ‘예고편’으로 스페인과 프랑스 등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칠레에서는 200만 주민의 식수원 역할을 하던 호수가 13년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사막이 돼버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페인과 남프랑스에 올해 들어 두 번째 폭염이 덮쳐 7∼8월까지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접경의 지중해 기온이 이미 35도를 넘었고, 폭염 기단이 북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지중해 남서부와 프랑스 남동부 론 밸리 기온은 이번 주 중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혹서는 보통 6월 말에나 나타나며, 벌써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도 6월 초 이상고온 현상은 최소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주말 세비야와 인근 코르도바 기온은 40도, 익스트리마두라의 과디아나 밸리는 42도, 남부 지방은 43도를 기록했다. 스페인 기상청 대변인은 보통 6월이면 기온이 매우 높아진다면서도, 올해처럼 일찍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은 1981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스페인의 여름이 50년 전에 비해 20∼40일 일찍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지난달 기온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 남부 지역 기온은 예년보다 약 17도 높은 38도까지 올랐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폭염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기상당국은 미국 남동부 멕시코 연안과 오대호, 동부 캐롤라이나주 일대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내리고 주민 1750만 명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이번 폭염 기단은 앞서 미 서부와 남서부 일대 기온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주말새 내륙인 콜로라도주 덴버를 거쳐 지금은 오대호 일대와 동부 해안 등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미 기상청은 밝혔다.
칠레에서는 13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식수원이던 거대 호수가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발파라이소 지역의 페뉴엘라스 호수에 이제 두 개의 웅덩이를 겨우 채울 정도의 물만 남아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 호수에는 3만 8000개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채울 만큼의 물이 있었고 이는 발파라이소 지역의 주요 물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이제 호수 바닥이었던 땅은 건조하고 갈라진 모습으로 드러났고, 말라 죽은 물고기들의 뼈로 가득 차 있다.
로이터는 특히 전문가를 인용해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가 페뉴엘라스 호수의 사막화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저기압 폭풍은 겨울에 칠레에 비를 내리게 하고, 안데스산맥을 눈으로 덮었다. 이 눈이 녹아 강과 호수로 흘러들곤 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오존층이 얇아지면서 남반구의 해수 온도가 상승했고, 칠레 해안에서는 전처럼 폭풍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칠레 기후센터 듄칸 크리스티 연구원은 “폭풍우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의 ‘급수탑’이라 불리는 안데스 산맥이 수분을 보충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400년 전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이번 가뭄이 얼마나 드문지를 알 수 있었다며, 지속 시간이나 강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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